그레이엄은 증권 분석가들에게 영원한 스승이다. 그레이엄 이전에는 증권 분석가라는 직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레이엄 이후부터 증권 분석가라는 명칭이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 아담 스미스
그레이엄은 투자 시 자제력을 갖고 사용할 수 있는 계량적 투자 공식을 만들어 내는데 관심이 있었다. 그가 고안한 공식은 오늘날 계량적 투자자들이 사용하는 공식들의 원형이 되었다. - 브루스 그린왈드
벤자민 그레이엄은 재무제표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계량적으로 투자하는 가치투자의 창시자입니다. 그는 주식 투자를 '계량적 분석에 기반한 합리적 탐구 과정'으로 바꾼 인물입니다. 최초의 퀀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analysis)'과 '포트폴리오 이론(portfolio theory)'을 토대로 투자론을 설명합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란 시장 가격에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이미 반영되어 있어 새로운 정보를 통한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없다는 가설입니다. 그러므로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게 최선입니다.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르면 여러 종목에 분산해서 투자하면 수익 대비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 종목으로 구성된 시장 지수(벤치마크 지수, 베타 지수 등으로 불림)를 추종하는 펀드에 투자하는게 합리적입니다.
반면에 벤자민 그레이엄과 그의 투자 사고 체계를 승계한 워렌 버핏은 시장을 비효율적이라고 간주합니다. 그레이엄은 자신의 책 <현명한 투자자>에서 '투자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서 원금의 안전과 충분한 수익을 약속받는 행위이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투기이다.' 라고 정의했습니다. 주가의 흐름을 분석하고 예측하는게 아니라 기업의 펀더멘털(fundamental)을 분석하고 기업의 가치를 추정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면 해당 기업의 내재가치가 어느 시점에는 주식 가격에 반영된다는 생각이 기저에 있습니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내재가치에 수렴합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가치와 가격에 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비효율성이 있습니다. 주식 시장은 본질적으로 ‘효율적으로 비효율적인 시장(efficiently inefficient market)’입니다. 내재가치에 비해 주식 가격이 저렴할 때 해당 증권을 매수한다면 낮은 리스크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리스크란 주가의 변동성이 아닙니다. 주식의 내재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입니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적절하게 추정할 수 있으며 시장의 변동성 가운데도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적절한 기질을 갖춘다면 낮은 리스크로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을 수 있습니다.
가치투자와 퀀트
퀀트라고 말하면 컴퓨터가 쏟아내는 복잡한 방정식을 떠올리겠지만, 인간의 행동 오류에 대한 해독제로 이해하면 쉽다. 말하자면 우리는 확신에 찬 무능력자다. 인지 평향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단이 필요한데 바로 퀀트가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 퀀트는 행동 오류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남의 행동 오류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 웨슬리 그레이, 토비아스 칼라일 <퀀트로 가치투자하라>
퀀트는 투자 분석과 관련된 판단 과정이 ‘계산 규칙에 근거하여 체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방법이라면 어떤 형태로도 정의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 데이터 제공업체인 팩트셋 리서치 시스템(FactSet Research System)의 스티븐 그라이너(Steven Greuber)가 정리한 퀀트의 분류를 참고해서 작성했습니다. 그는 투자 사이드(Buy-Side) 관점에서 세가지 유형으로 퀀트를 분류합니다.
1분류 퀀트: 패시브 투자
1분류에 속하는 퀀트는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s, ETF) 포트폴리오를 만듭니다. 뱅가드(Vanguard), 바클레이즈(Barchays) 등에 속한 퀀트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1분류 퀀트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신뢰합니다. 이들은 시장과 경쟁하지 않고 낮은 수수료로 시장을 복제한 패시브 상품을 설계합니다. 단순하게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운용 수수료가 저렴합니다. 1분류와 2분류 퀀트 방식이 혼합되어 시장 베타 지수는 벤치마크로서 역할하고 펀더멘털 분석에 기초한 팩터들에 가중치를 주어 시장 벤치마크를 상회하도록 설계된 지수를 추종하기도 합니다. 이를 스마트베타 방식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베타 방식보다 ‘스마트(smart)’한 베타 지수를 추종합니다.
2분류 퀀트: 액티브 투자
2분류에 속하는 퀀트는 펀드멘털 리서치를 기반으로 액티브 펀드를 운용합니다. 이들은 펀더멘털 접근법을 사용하는 기존의 자산운용사와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시장을 비효율적이라고 간주하고 알파를 탐색합니다. 재무제표를 포함한 공시 데이터와 외부 변수인 거시경제 데이터를 분석하여 수익률과 상관성이 높은 팩터를 탐색합니다. 계량화가 어려운 정성적인 요소들도 고려합니다. 최근에는 대체 데이터를 적용하기 위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수익률과 상관성 있는 팩터들을 발견하여 시계열로 쌓고 통계적 분석 방법론과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기도 합니다. 주로 주식과 채권에 투자합니다.
3분류 퀀트: 트레이더
3분류에 속하는 퀀트는 주로 트레이딩과 관련이 있습니다. D.E 쇼,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투 시그마와 같은 곳에서 일합니다. 주로 헤지펀드, 프랍트레이딩 데스크에서 일합니다. 물리학자 에마뉴엘 더만이 저술한 <퀀트>와 수학자 짐 사이먼스가 저술한 <시장을 풀어낸 수학자>에 3분류 퀀트의 삶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물리학, 수학, 통계, 공학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리과학적 분석 방법론을 금융 시장에 접목합니다. 이들은 트레이더로 간주되며 투자 포트폴리오에 다양한 자산을 포함하고 높은 회전율을 보입니다. 리스크를 헤지하여 안정성을 높이고 이후 레버리지를 극단적으로 높여 수익률을 최대화하는 전략을 쓰기도 합니다. 3분류 퀀트는 주식, 채권 뿐아니라 파생상품, 선물, 외환 등에 투자합니다.
이 외에도 투자 회사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퀀트도 있습니다. 팩트셋(FactSet),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Capital IQ), 로이터(Reuters), 블룸버그(Bloomberg)와 같은 곳에서 일하는 퀀트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재무제표, 실적, 증권분석, 가치평가 등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포트폴리오 최적화, 주식 변동성 리스크 모형, 포트폴리오 성과 분석 등 투자 분석에 필요한 시스템을 서비스합니다. MSCI Barra, BlackRock iShares에서 일하는 퀀트들은 스마트베타 지수를 개발하여 서비스합니다.
이처럼 퀀트는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습니다. ‘계산 규칙에 근거하여 체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합리적인 탐구 과정을 통해 투자한다면 퀀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가치투자의 창시자이자, 증권분석의 창시자이며, 퀀트의 시작입니다. 그는 증권 분석의 체계를 정립하였습니다. 그리고 주식 투자를 계량적 분석에 기반한 합리적인 탐구 과정으로 발전시키며 금융투자 산업의 진보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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