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4
가치투자의 명가인 Tweedy, Brown의 펀드매니저 크리스토퍼 브라운의 저서 <가치투자의 비밀>은 미래에셋연금센터장인 이상건님께서 기획하였습니다. 그는 서문에서 책의 기획 의도를 설명합니다. 서문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Tweedy, Browne의 펀드를 한국에서도 가입할 수 있다면 서슴지 않고 가입했을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대신에 최고의 가치투자 입문서인 이 책을 기획하고 싶었다.’ 해당 책이 국내에 번역 출간 되었을 2006년 당시에는 한국에서 Tweedy, Browne 펀드를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가능합니다. 2024년 12월, Tweedy, Browne이 지난 100년 간의 가치투자 노하우를 기초로 설계한 ETF 상품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기 때문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 TICKER Number : COPY를 검색하면 TWEEDY, BROWNE INSIDER + VALUE ETF 상품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해당 ETF 상품을 살펴보면 책에서 소개한 가치투자 원칙들을 기초로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해당 ETF 상품은 책에서 소개하는 밸류 팩터(Value Factor), 내부자 자사주 매입(Insider Buyback), 글로벌 분산 투자 세 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TF는 많은 경우 시장을 그대로 추종하는 베타 지수 혹은 스마트베타 형태로 운영되지만 해당 ETF는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액티브 ETF입니다. 밸류 팩터와 회사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을 주요한 신호로 여기며 이를 규칙으로 종목을 선정합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여러 국가에 상장된 주식들을 규칙에 기반하여 분산 투자합니다. 전 세계에 걸쳐 177개 종목에 분산 투자하고 있으며 대부분 전체 포트폴리오 내 1% 미만으로 편입되었고 전체 종목 중 네 종목만이 1% 초반 가중치로 편입되었습니다. 또한, ETF 상장 당시 운용 자산 대부분인 $10 million를 Tweedy, Browne 관계자들이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Tweedy, Browne 자산운용사의 퇴직 연금 자금이 해당 ETF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내부자 매수를 중요한 전략으로 하는 ETF 철학을 직접 실천하고 있으며 주주와 자산운용사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긍정적인 모습입니다. 해당 ETF를 설계하는 데 사용한 세 가지 원칙 1. 밸류 팩터 2. 내부자 매수 3. 글로벌 분산 투자를 기준으로 책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
주식투자도 쇼핑하듯 할인할 때 사라
주식투자는 가격(price)과 가치(value)에 관한 게임입니다. 주식의 가격은 경매 시장과 같이 시장 참여자들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반면에 가치는 기업이 창출할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로 할인하여 모두 더한 값입니다. 주식투자는 쇼핑하듯이 하는 편이 좋습니다. 같은 상품이면 최대한 더 싸게 사려고 하는 것처럼 주식도 가능한 싸게 사는 것이 좋습니다. 즉, 좋은 주식이 할인할 때 매수해야 합니다. 주식의 이익 창출 능력 혹은 자산 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해야 합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로 PER(주가이익비율), PBR(주가자산비율)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 이익 창출 능력이 기대되는 기업을 적정 가격에 매수해야 합니다.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의 효율성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로 ROIC(투하자본이익률), ROE(자기자본이익률), ROA(총자산이익률)가 있습니다. 이들 지표는 기업이 자산을 활용하여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지를 보입니다. 좋은 기업의 가치가 가격에 비해 할인하고 있을 때 매수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영업활동을 위해 투자한 자본 대비 높은 세후영업이익을 창출하는 효율성이 좋은 (높은 ROIC) 기업을 창출하는 이익 능력 대비 저평가된 (낮은 PER) 가격에 투자할 수 있다면 현명한 투자가 될 개연성이 있습니다.
2. 기업 내부자가 살 때 따라 사라
상장된 기업의 주요 경영진과 주주는 보유 주식 거래에 대해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하는 것이 의무화 되어있습니다. 내부자 보유 지분 변경 연간 보고서(Annual Statement of Changes in Benificial Ownership)에 해당하는 Form-3(실질 소유 지분 최초 공시), Form-4(실질 소유 지분 변경 내역), Form-5(실질 소유 지분 변경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주요 경영진은 해당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주요 경영진과 주요 주주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요 경영진 다수가 보유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한다면 경영진들이 해당 기업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거나 고평가 상태로 생각한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해당 기업의 주요 경영진 중 일부가 적극적으로 자사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면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 주식의 가격이 할인되어 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재무상태와 수익성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아서 이익이나 자산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들 기업에서 기업 내부자 매수, 자사주 매입, 주주 행동주의자들의 매입이 관찰된다면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3. 해외로 눈을 돌리면 기회가 두 배로 늘어난다. 글로벌 분산투자 하라.
자국 주식 투자 뿐만 아니라 글로벌 투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를 쇼핑이라고 생각한다면 국산품만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해외에도 좋은 상품들이 있습니다. 전 세계 주식 시장으로 시야를 넣으면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집니다. 하지만 각 국가마다 회계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국가마다 공시의 질적 수준 및 방법론에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환율 등의 외부적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해당 Tweedy, Browne ETF의 경우 해외 종목에 대한 선물환 거래를 통해 환율 리스크를 헤지했습니다. 또한, 자본 시장이 발달한 신뢰도 높은 시장에 투자해야 합니다. 이머징 마켓에서 높은 수익율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신뢰가 낮은 시장은 안전마진의 부재로 원금을 손실할 개연성이 있습니다. 가치투자자라면 어떤 경우에도 원금을 잃어서는 안됩니다.
Tweedy, Browne은 벤자민 그레이엄, 워렌 버핏과 같은 위대한 가치투자자들로부터 정립한 투자의 원칙을 지난 100년 가까이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 기법은 세월에 따라 변화했습니다. 과거에는 Mutual Fund 형태로 공모 펀드를 운영했지만 지금은 세금 혜택이 있는 ETF를 통해 자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업 편람을 기초로 직접 재무분석을 하여 저평가된 자산을 찾았지만 지금은 S&P IQ CAPITAL과 같은 데이터 인텔리전스를 통해서 팩터를 탐색하고 이를 기초로 가중치를 주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과거에는 펀드 매니저가 재량적으로 종목을 선정했지만 지금은 규칙을 기반으로 종목을 선정하는 퀀트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제도와 기술의 등장으로 사용하는 비히클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은 변화했지만 밸류 팩터, 내부자 매수, 글로벌 투자, 분산 투자를 중시하는 투자의 원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투자의 기법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할 것입니다. 그러나 투자의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TWEEDY, BROWNE INSIDER + VALUE ETF
TWEEDY, BROWNE INSIDER + VALUE ETF 투자설명서
ⓒ지적인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