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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SG 투자와 친환경 & 웰니스 인증

지구 생태계는 성장의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자연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을 수치화한 지표인 생태발자국은 이미 지구의 수용 능력을 넘어섰습니다. 지금 추세로면 환경 문제로 인류 문명은 지속하지 못합니다. 해당 문제는 특정 개인, 국가, 정부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인류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같은 문제의식을 같고 동일한 방향을 바라봐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에 여러 노력이 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ESG 투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SG 투자를 정성적, 정량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친환경 인증에 대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친환경 인증과 관련하여 크게 두가지 접근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에너지 효율성 증가, 탄소 배출 감소와 같은 물리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입니다. 다른 하나는 인간에게 미치는 정신적, 신체적 요소인 웰니스(Wellness) 측면에서의 접근입니다. 친환경 건물 인증 지표는 주로 건축물의 물리적 특성에 주목합니다. 반면에 웰니스 건물 인증 지표는 건축물이 실내외에 머무루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정신적, 신체적 영향에 주목합니다.
왼쪽- 싱가포르 예술학교(BCA Green Mark Plantinum) | 오른쪽 - 서울 스퀘어 (LEED Platinum)
위 사진의 두 건축물을 비교하면 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왼쪽 건축물은 싱가포르 도심에 위치한 싱가포르 예술 학교(School of Arts, Singapore)입니다. 외벽이 녹지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싱가포르 예술학교는 물리적 측면과 웰니스적 측면이 동시에 고려된 친환경 건축물입니다. 싱가포르 건설공사청(Building and Construction Authority)으로부터 Green Mark Platinum를 득했습니다. 오른쪽 건축물은 서울역 앞에 위치한 서울스퀘어의 모습입니다. 서울스퀘어는 국제적인 친환경 지표인 LEED의 최고 등급인 Platimum 인증을 득했습니다. 물리적 측면에서의 친환경 건축물로 외부에 자연적 요소가 보이지 않습니다.

1. 친환경 인증 건축물

기후 변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건축물은 기후 변화의 주범입니다. 환경 문제의 주범인 건축물의 친환경 전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건물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량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전체 탄소 배출량의 절반이 건물에서 발생하며 폐기물 배출량의 절반이 건물에서 발생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하여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 탄소 배출 절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관련 규제들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여러 친환경 인증 지표가 있습니다. 대부분 미국의 LEED로부터 영향을 받아 비슷한 평가 항목을 갖고 있습니다. USGBC(미국그린빌딩협의회)에 의해 시작된 LEED는 전 세계 친환경 인증 지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USGBC는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고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인증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연구 및 인증 지표 개발에서 멈추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친환경 인증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LEED 인증 영양성분표
LEED GOLD 인증표 사례
위의 이미지는 LEED의 친환경 건물 점수를 식품의 영양성분표 정보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영양성분표를 통해 식품이 포함하는 영양분의 종류와 정도를 확인하고 다른 식품과 비교할 수 있는 것처럼 건물 인증 지표를 통해 건물의 친환경 정도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부지(Sustainable Sites), 물 효율성(Water Efficiency), 에너지 및 대기(Energy & Atmosphere), 자재 및 자원(Materials & Resources), 실내 공기 질(Indoor Environmental Quality), 혁신적인 디자인(Innovation in Design) 각 측면에서 점수를 계량화하여 친환경 수준을 평가합니다. 각 항목의 점수에 따라 LEED 인증 지표의 색깔이 달라집니다.
LEED와 국내의 친환경 건축 인증인 녹색건축인증(G-SEED)의 평가 항목을 살펴보면 유사성이 관찰됩니다. 지속가능한 토지, 물순환 관리, 에너지 절감, 재료 및 자원, 실내환경, 유지관리, 혁신적인 설계 등 주요 평가 항목들이 LEED와 거의 유사합니다. G-SEED 인증은 친환경 자재 사용 여부를 측정합니다. 유해물질, 실내공기오염 절감 정도를 측정합니다. 단열 및 기밀 성능 강화를 중시하며 이를 통해 냉난방 에너지 사용량 절감 정도를 측정합니다. 신재생 에너지 적용 여부를 확인합니다. 태양열,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 할수록 점수가 높아집니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JLL이 고안한 ‘3-30-300 법칙’이 있습니다. 전기/가스/수도요금, 임대료, 인건비의 세 가지 요소에 대한 상대적 비용을 단순하게 설명합니다. 전기료, 난방비 등의 사용 비용으로 3달러를 지출할 때마다 임대료로 30달러를 지출하고 인건비로 300달러를 지출한다는 개념입니다. 전기 사용을 아끼는 것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여 직원들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이 재무 건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는 그렇지 못합니다. 전기료 절감 여부는 측정이 용이하지만 공간 개선에 투입된 비용 대비 직원의 업무 생산성 향상은 계량화가 어렵기 때문에 의사 결정 과정에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건축물 인증 지표에 대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웰니스 인증이 나타났습니다.

2. 웰니스 인증 건물

웰니스 인증은 에너지 절약, 탄소 배출 절감과 같은 물리적 측면을 중시하면서 동시에 건축물로 영향을 받는 사람의 정신적, 신체적 영향을 함께 고려합니다. 웰니스 건물은 사람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건강한 건물(Healthy Building)이라고도 불립니다. 환경심리학, 신경생물학, 인지과학, 대체/예방의학, 신경건축학 분야 등에서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웰니스 인증은 건축물과 사람의 관계에 주목합니다. 식재, 공기, 습도, 소음, 빛, 전망 등 실내외 환경의 질적 수준을 측정하고 그것에 영향을 받는 인간의 건강, 안정감, 정신적 효과를 측정합니다. 최근에는 데이터 수집 기술과 인지과학의 발달로 특정 환경에서 전두엽, 시상하부 및 관련 신경회로(중뇌, 뇌간, 뇌간을 둘러싼 번연계 등)를 관찰하는 실증 연구가 활발해 지고 있습니다. 특정 환경에서 도파민(보상, 즐거움, 동기 부여), 세로토닌(안정감, 행복감, 기분 조절), 옥시토신(사회적 유대감, 신뢰감, 사랑), 엔돌핀(통증 완화, 스트레스 해소, 행복감 증진)과 같은 긍정적 호르몬이 증가하는지 코르티솔(스트레스 반응), 아드레날린(투쟁 혹은 도피)과 같은 부정적 호르몬이 감소하는지 관찰합니다. 건강 측면에서 피로도, 심장 문제, 피부 문제, 눈 건조, 호흡기, 두통 등을 측정합니다. 사회적 안정감 측면에서 소속감, 참여도, 관계성 등을 측정합니다. 정신적 측면에 우울증, 스트레스, 인지 능력, 주의 능력 등을 측정합니다. 실내 사용자는 물론이며 도시적 맥락에서의 보행자 및 인근 사람을 포함합니다.
대표적인 웰니스 인증 지표로 WELL 인증이 있습니다. WELL 인증 지표는 금융계에서 종사하던 폴 시알라(Paul Scialla)가 고안하였습니다. 폴 시알라는 부동산과 건강 관리를 결합하여 델로스(Delos)라는 회사를 창업하였습니다. 그리고 국제웰빙딩협회(International Well Building Institute)를 설립하여 WELL 인증 지표를 만들었습니다. 기존의 친환경 건물 인증 제도와 경쟁하지 않고 LEED를 고안한 USGBC와 협력하고 공존했습니다. WELL은 공기 질, 소음, 조명 등과 같이 기존의 친환경 인증 지표에서 고려되지 않던 항목들을 계량화하였고 사람의 건강을 우선순위로 두었습니다.
건강한 건물에 대한 대표적인 보고서로 하버드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이 작성한 ‘건강한 건물의 아홉가지 기본 토대(The 9 foundations of a healthy building)’가 있습니다. 건물 내 사람의 건강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에 대한 40년간의 연구를 집약하여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해당 보고서는 부동산 전문가, 건물 소유자, 시설 책임자, 병원 관리자, 주택 보유자 등의 실제 사용자에 대한 관찰과 소통을 통해 발전해 왔습니다.
건강한 건물은 직원들의 업무 성과를 향상 시킵니다. 직원들의 업무 성과가 향상되면 회사의 재무적 성과 또한 향상됩니다. 기업 경영자가 건강한 업무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은 훌륭한 사업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지식 근로자가 많은 기업의 손익계산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항목 중 하나가 인건비입니다. 직원들의 건강, 효율성, 창의성을 높이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The 9 Foundations of a Healthy Building, 해당 보고서에서 주목할 점 중 하나는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으로 보고서가 작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연구 성과들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픽토그램 등을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친환경 건축물 및 웰니스 건축물 인증의 적극적 활용에 대한 사회적 당위성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계량화의 어려움으로 적용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수집된 데이터가 신경 생물학 및 인지과학과 결합하며 웰니스 연구의 질적, 양적 수준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친환경 및 웰니스 건물에 관한 인증은 기관투자자에게 ‘있으면 좋은 것’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친환경, 웰니스 건물에 개념에 대한 이해 및 인증 여부가 투자에서 중요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